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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경륜 이혜진, “찰나의 순간도 늦어요…몸이 반응해야 해요” - 한겨레

[도전 2021]
런던·리우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도전
근성과 경기운영 능력 등 탁월
도쿄올림픽서 사상 첫 메달 도전
한국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5월 18일 강원 양양 종합스포츠타운 사이클경기장에서 훈련 중 승리를 다짐하고 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한국 사이클 국가대표 이혜진이 5월 18일 강원 양양 종합스포츠타운 사이클경기장에서 훈련 중 승리를 다짐하고 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찰나의 순간도 생각하면 늦다. 몸이 반응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경륜 대표선수 이혜진(29·부산지방공단스포원)은 막판 순위싸움의 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속도가 빨라질수록 생각보다는 몸이 반응한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성은 경륜의 경기 방식에서 비롯된다. 250m 트랙 6바퀴를 도는 경륜에서는 후반부 3바퀴에서 승부가 난다. 오토바이가 인도하는 처음 세 바퀴에서는 6명의 선수가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지만, 선도 오토바이가 비켜선 마지막 3바퀴 750m 구간에서는 시속 최고 70㎞ 안팎의 속도 경쟁이 펼쳐진다. 워낙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자리 싸움은 겨울 종목 쇼트트랙처럼 몸의 ‘즉각 반응’을 요구한다. 코너를 돌 때 안쪽과 바깥쪽을 파고들고 지키는 싸움도 치열하다. 이혜진은 “결승선을 향해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쓴다. 영혼의 힘까지 끌어다 써야 한다”고 말했다. 1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에 들어간 이혜진은 경험이 풍부한 관록의 선수다. 여자 경륜이 도입된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 연속 출전했고, 현재 국제사이클연맹(UCI) 랭킹 상위권에 속해 있다. 2020년 3월 세계트랙사이클챔피언십에서는 경륜 은메달로 한국 선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세계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국제대회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순위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사이클 도로 부문의 나아름(31·삼양사)과 함께 도쿄올림픽 한국 대표팀(2명)의 일원인 이혜진은 유력한 입상 후보다. 특히 체력에 바탕을 둔 근성과 투지, 경기 운영능력은 세계 톱 수준이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어깨 부상에서도 완전히 회복했다. 박일창 사이클대표팀 총감독은 “성격은 온화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야수성을 발휘한다. 순간순간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회를 포착해 추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7월 말 도쿄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두 달의 시간이 남았다. 이혜진은 “두 달간 최종 훈련을 하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을 다듬을 것이다. 지난번 (리우) 대회에서 내 실력이 월등하지 않다고 느낀 만큼 기량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박일창 감독은 “컨디션 관리에 역점을 둘 것이다. 체력과 파워를 늘리기 위한 웨이트 훈련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사이클 대표팀(2명)의 이혜진(왼쪽)과 나아름이 5월 18일 강원 양양 종합스포츠타운 사이클경기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사이클 대표팀(2명)의 이혜진(왼쪽)과 나아름이 5월 18일 강원 양양 종합스포츠타운 사이클경기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올림픽 무대에서는 접촉사고 등 돌발 변수를 조심해야 한다. 리우올림픽 2라운드 때 앞서가던 선수가 쓰러지면서 중심을 잃었던 이혜진은 끝까지 완주했으나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바람의 저항을 받는 게 손해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1~3번 포지션을 지키도록 노력하면서 승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1948년 일본에서 시작한 경륜은 원래 베팅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기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남녀 합해 2개의 메달이 걸려 있고, 사이클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점 관심도 늘고 있다. 이혜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도로 사이클과 달리 관중이 트랙 위에서 달리는 선수들의 속도감과 경쟁의 스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눈치 싸움 등 경륜의 독특한 측면도 재미를 돋우는 요소”라고 소개했다. 막판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최고 시속 70㎞를 내야 하는 게 두렵지는 않을까? 이혜진은 “연습할 때 우리가 뭉쳐서 달리면 과속 카메라에 찍힐 것 같다는 농담을 한다. 실제 체감속도는 더 빠르다. 하지만 무서워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자신감과 간절함까지 갖춘 그를 막아 세울 이는 없을 듯하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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