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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골프장 간 날… “골프공은 어디서 받아요?” - 문화일보

■ 롯데손해보험 GA영업4본부장 홍승범

클럽 빌리고 옷·신발 샀는데…
엉뚱 질문에 선배들 박장대소
110타 첫 성적 받고 입문 결심
“지금껏 왜 몰랐지?” 매력에 푹

250라운드 뛴 기록 꼼꼼히 메모
내 스윙 영상 찍어 프로와 비교
입문 18개월만에 73타 ‘라베’
“골프 솜씨가 일 못잖네” 칭찬도

홍승범(40·사진) 롯데손해보험 GA영업4본부장은 처음 골프장에 갔던 2015년 1월 25일의 황당한 실수를 잊지 못한다. 홍 본부장이 부서 막내였던 당시 새로 부임한 임원이 골프장 상견례를 제안했다.

홍 본부장은 친구에게 클럽을 빌렸고, 하루 전날 옷과 신발을 구입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홍 본부장은 약속 장소인 경기 안성의 신안CC에 일찌감치 도착하곤 선배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골프공은 어디서 받아요?” 본의 아니게 선배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말았다. 그만큼 골프를 몰랐다. 그런데 자신도 몰랐던 자질을 발견했다. 생애 첫 골프장 나들이에서 110타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4일 만난 홍 본부장은 “골프장에 처음 갔던 날 ‘왜 내가 지금껏 이걸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면서 “골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중고 클럽을 사고, 연습장에 다녔고 지금까지 골프에 빠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내에서 유명한 골프 마니아이자 실력파. 골프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73타까지 솟구쳤다. 인천 그랜드CC(파72)에서 작성했다. 그런데 홍 본부장은 2017년 충남 태안의 솔라고CC(파72)에서 기록한 74타가 자신의 진짜 라이프베스트스코어라고 강조했다. 당시 홍 본부장은 우연히 동반한 50대 초반 아마추어 남성 골퍼의 스윙에 반했다. 그 동반자와 18홀 내내 말 없는 경쟁을 펼쳤고 결국 둘 다 74타로 마쳤다. 홍 본부장은 “첫 싱글보다 기억에 남는 진짜 ‘라베’였다”면서 “동반자가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 기분 좋은 라운드였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골프를 ‘핑계’ 삼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인맥이 두터워졌다. 한 임원은 홍 본부장에게 “네가 골프 하는 솜씨를 보니 왜 일을 잘하는지 알겠다”는 칭찬을 건넸고, 그날 이후 홍 본부장은 업무와 골프에서 모두 인정받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덕분에 골프 실력은 빠르게 늘었고, 승진도 빨랐다. 지난 1월에는 부산, 경남 지역을 총괄하는 본부장을 맡았다. 홍 본부장은 골프를 할 때 코스 매니지먼트를 통해 더 나은 성적을 노리듯, 보험 업무의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 관리를 통해 거래처 매출을 향상하는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키 178㎝, 몸무게 72㎏인 홍 본부장은 드라이버로 250m까지 공을 보냈지만, 지금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일부러 210∼220m까지 낮췄다. 홍 본부장은 홀인원을 한 적은 없지만 이글은 한 번 경험했다. 홍 본부장은 “그린이 보이는 위치였고, 거리는 90m 정도였다”며 “52도로 쳤는데 그린에 떨어져 세 번을 튀긴 뒤 그대로 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메모, 그리고 영상 분석. 홍 본부장은 지금까지 라운드를 250회 치렀다. 동반자와 당시 성적, 기억에 남는 기록을 빠짐없이 적어 자신만의 골프사를 쓰고 있다. 홍 본부장은 “슬럼프가 왔을 때 메모를 들춰보면, 지금의 나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면서 “언제까지 스코어가 줄어들었고, 언제까지가 정체기였으며, 언제부터 상승곡선을 그렸는지를 파악하고 그때그때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레슨을 멀리했다. 그 대신 유튜브를 뒤지면서 독학했다. 연습할 때마다 자신의 스윙을 영상으로 남겨 프로와 비교하고 있다. 어릴 적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의 슛을 보면서 프로급 농구 실력을 키웠던 경험을 살리고 있다. 프로와의 스윙 간극을 좁히는 것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19 확산 전엔 주말마다 열심히 국내 대회장을 찾아 프로의 스윙을 현장에서 직접 살폈다. 물론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무관중 방침이 없어지면 다시 대회장으로 달려갈 작정이다.

홍 본부장은 “스포츠의 모든 답은 선수에게 있고, 그래서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연구하고 그들을 따라 하려고 한다”면서 “재미있게 치는 것보단 선수들 수준까지 올라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실력을 기르지 않으면 도전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면서 “일도 골프도 프로처럼 잘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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