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구단에 일방적인 통보 후 팀을 떠나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하 IBK)의 이른바 '조송화 사태'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젠 감독의 '폭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인데,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단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IBK는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18 27-25)으로 이겼다. 그러나 이날 경기 결과보다 주목을 받았던 것은 IBK의 지휘봉은 잡은 김사니 감독대행이었다.
김 대행은 조송화를 전담 지도하던 세터 코치로, 지난 16일 페퍼저축은행전(3-2 승) 후 조송화가 숙소를 나가자 자신도 구단 측에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팀을 떠났다가 구단의 설득으로 19일 팀에 복귀했다.
이후 구단은 조송화 이탈에 따른 팀 내홍의 책임을 서 감독에게 물어 징계를 주거나 경질시키는 대신 외려 '감독대행' 직함을 주면서 차기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 팀 수습을 맡겼다.
김 대행은 이날 흥국생명과의 경기 전 감독 자격으로 언론과의 사전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러나 김 대행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습을 위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 대행은 "지난 13일 훈련에서 서 감독님과 조송화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이어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자 서 감독님이 화가 많이 났다"며 "(서 감독님이)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상태에서 내게 화를 내며 이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모욕적인 말들과 폭언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서 감독님이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앞에서 '야 너 김사니, 대답 안해?'라고 하기도 했다"며 "우리 팀에는 19살 미성년자도 있다. 나는 그 선수들에게 선배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는데 이런(팀을 나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후에는 '국가대표 3인방'으로 불리는 김수지, 표승주, 김희진이 인터뷰에 나섰다. 통상 경기 후에는 해당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데, 이날은 IBK의 내홍이 모두의 관심사였던 탓에 베테랑급 3명이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논란의 확산을 의식한 듯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김 대행이 언급한 '폭언'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김수지는 "폭언 상황이 있었고, 우리가 느끼기에도 조금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미 서 감독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김 대행과 선수들이 서 감독의 폭언을 강조하면서 사태가 수습되기는 커녕 갈등의 불길이 다시 커졌다. 관련해 서 감독은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절대 폭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진실공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시 훈련장에서 오간 발언들의 녹취본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정확히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할 방법은 없다. 그것을 떠나 갈등의 당사자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만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합리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어찌됐든 빌미를 제공한 IBK 구단이 중재를 하거나 서로의 오해를 푸는 식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논란이 시작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구단은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조송화의 친필 서명이 담긴 서류를 빼먹어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반려되는 등 아마추어같은 일처리를 보이기도 했다.
IBK는 심각한 팀 내 불화를 서 감독과 윤재섭 단장의 경질로 해결하려 하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후 사태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과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IBK의 대처를 보면, 이번 일의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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