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21] 임호원 선수와 나인철 감독
도쿄 패럴림픽 앞두고 맹훈련
임 “스스로 승부욕 세다 생각”
나 “호원이 휠체어링에 강점”
현재 세계32위…일단 8강 목표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임호원 선수(왼쪽)와 나인철 감독이 16일 오전 경기 이천 이천훈련원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투닥투닥. 서로의 말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깐족거린다랄까, 구시렁댄다랄까. 10년 넘은 사제지간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어릴 적 샤워를 하면서 “개굴개굴 개구리~노래를 한다~”를 흥얼거리던 소년이 이제는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이 됐으니까.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경기도 이천훈련원 테니스 코트를 열정으로 채우고 있는 임호원(23·스포츠토토코리아)과 그의 스승이자 현 휠체어 테니스 대표팀 사령탑인 나인철 감독(43)을 지난 16일 만나 인터뷰했다. ■
9살 때 교통사고…11살 때부터 시작 임호원은 9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렴풋이 “축구하러 가던 길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한다. 두 다리를 잃고 재활 도중 휠체어 테니스를 접했다. 휠체어를 타고 운동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휠체어 테니스 매력에 빠졌다. 그때가 11살 때였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작해 임호원은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부담감 또한 많았다. 나인철 감독은 “당시 협회 전임 지도를 맡았는데 다른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임)호원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호원은 “또래 친구들이 없어 외롭기는 했다”면서도 “‘예쁨’은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특유의 밝고 쾌활한 성격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는 원동력이 된 것은 물론이다. 나 감독은 “마음에 억압과 상처가 컸을 텐데 표출을 잘 안 한다”고 귀띔했다. ■ 강점은 휠체어링, 단점은 서브 임호원은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 휠체어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당시 나 감독과 함께였다. 2015년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16 리우 패럴림픽, 2018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리우 때는 2회전에서 아깝게 떨어져 “코트 위에서 진짜 서럽게 펑펑 울었지만”, 자카르타 때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세계 순위 32위라서 도쿄 패럴림픽 출전 자격은 이미 땄다. 나인철 감독은 임호원의 장점에 대해 “휠체어링”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휠체어를 타서 선수용 휠체어를 다루는 게 꽤 능숙하다. 나 감독은 “몸이 편한 방법으로 동작을 만들 줄 안다”고 했다. 휠체어 테니스는 쿼드 장애를 빼고는 모든 선수가 오픈 대회를 펼치기 때문에 임호원이 다소 불리한 점은 있다. 하반신 절단 장애라서 구조적으로 몸 중심이 높아 상체가 많이 흔들리는 편이다. 서브가 특히 힘들고 어렵다. 그나마 2년 전부터 맞춤형 특수장비를 사용해 안정되고 있기는 하다.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임호원 선수가 16일 오전 경기 이천 이천훈련원에서 도쿄패럴림픽을 대비해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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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실전 경험 부족이 제일 큰 걱정” 임호원은 스스로 “승부욕이 강하다”라고 말한다. 1년에 라켓 6자루를 받는데 절반은 경기 중 코트 위에서 망가진다. 하지만 작년에 받은 라켓들은 아주 멀쩡하다. 코로나19로 연간 10~12차례 있던 국외 대회가 취소됐고 국내에서도 전국체전 등 모든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대회 참가 없이 훈련만으로 보냈다. 그래서 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걱정이다. 실전 점검을 위해 5월 중순 터키에서 열리는 두 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데 현지 사정이 어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나인철 감독은 “일단 준비는 하고 있다. 유럽 쪽에서는 간간이 대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패럴림픽에서 아시아 쪽 선수들이 불리한 점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패럴림픽 목표는 일단 8강이다. 임호원은 “경기력만 놓고 보면 수준 차이가 있다. 하지만 2년 전 경기를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는 면이 있었다. 메달과는 상관없이 어느 단계를 넘어보고 싶다”고 했다. 쌓이는 경험 만큼 더 큰 기회가 올 것은 자명하다. 어릴 적부터 그를 육성했던 나인철 감독은 “8강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휠체어 테니스는 장애인 스포츠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손으로는 휠체어 바퀴를 굴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날아오는 공을 라켓으로 휘둘러야만 한다.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는 선수들이 꽤 많다. 같이 훈련하던 동료 선수들이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봤던 그다. 그래도 버티고 버텨 어느덧 한국 휠체어 테니스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사각의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세상 누구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리던 임호원이었다. 이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임호원 선수를 위한 맞춤형 휠체어.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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