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슈퍼리그(ESL) 출범 논란]
레알 등 명문 구단 20개 참여 예정
기존 축구계에서는 맹렬한 반발
시민구단 성격 독일팀은 참여 거부
상업화된 미국식 스포츠로의 전환?
유럽축구연맹(UEFA) 로고 위로 ‘슈퍼리그’라는 단어가 겹쳐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9일(한국시각) 유럽 명문 구단들이 참여하는 유럽슈퍼리그(ESL) 출범이 공식화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참가 결정 팀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이탈리아), 그리고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토트넘(잉글랜드) 등 모두 12개 팀. 슈퍼리그는 이후 대회 참가팀 등을 추가 모집해 최대한 빨리 시즌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왜 새로운 대회를 출범하려는 걸까? 핵심은 명문 구단들의 경제적 이권이다. 현재 각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참여 등으로 수입을 챙기지만, 이는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전 시즌 순위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잉글랜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슈퍼리그는 창립구단의 기득권을 확실히 보장한다. 총 20개 팀으로 구성할 계획인데, 창립구단은 다른 조건 없이 매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승강제가 없어, 강등 위험도 없다. 세계 최고의 팀들끼리 맞붙다 보니, 높은 중계권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19일(한국시각) 유럽슈퍼리그 출범이 발표된 뒤 영국에서는 슈퍼리그 참가에 반대하는 팬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 놓인 한 팻말에 “재정 이전에 팬”이라고 적혀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 각국 축구협회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각국리그에서 하부리그 강등 등의 중징계는 물론,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 박탈과 소속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 금지 등 강경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도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슈퍼리그 출범이 유럽 축구와 미국식 상업 스포츠의 갈등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은 보통 승강제가 없고, 거대 자본 후원으로 스타 선수를 영입한 팀들이 안정적으로 중계권과 스폰서 수입을 챙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 이번 슈퍼리그 출범 운영진은 조엘 글레이저 맨유 회장 등 대부분 미국계 사업가이고, 미국 자본인 제이피(JP) 모건이 대회를 후원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19일(한국시각) 리버풀이 유럽슈퍼리그 참가를 발표하자 팬들이 경기장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팬들이 달아놓은 걸개에 “미국인은 나가라”는 글 등이 적혀있다. 연합뉴스
반면 유럽에선 지역 팬들이 연고지 축구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슈퍼리그 참여를 거부한 것도 이런 전통과 맞닿아있다. 독일은 ‘50+1 룰’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제도가 있는데, 투자자는 구단의 지분을 49%까지만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독일 구단들은 여전히 시민구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각국 협회에서 슈퍼리그 출범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잉글랜드만 해도, 1부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10여개의 축구 리그가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만약 최고 인기 팀 6곳이 이탈한다면, 국가와 지역 사회의 경제적 타격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 왕실, 축구계가 입을 모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슈퍼리그 참여 결정을 비판하는 이유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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